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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의 성 (2)

나의 글 2015. 8. 26. 17:09


그 때 한 남자가 자신이 예피르 공주를 찾으러 가겠노라고, 왕의 앞에 나섰다.


왕은 매우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이 남자는 아무런 무도 용맹도 없는, 그야 말로 칼 한 번 잡아본 적 없었던 궁중 시인의 한 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대가 예피르 공주를 구하겠다고?"

"그러하옵니다."

"혹시 그대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무예나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겐가?"

"아니옵니다. 제 무기는 오직 목소리이며, 평생 시와 음악만을 부르고 살아왔습니다."


궁중의 모든 이는 이 허튼 소리를 듣고는 그를 마음 속으로 비웃었다. 그 들이 이 궁중 악사를 소리내어서 비웃지 못한 것은,

단지 그럴 줄 몰라서가 아니라 공주를 근심하는 왕의 눈빛이 너무 사나왔기에, 공주를 구하겠다는 용감한 젊은이를 감히 비웃다가

자신들까지 암흑의 성에 보내어질까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대는 힘도 없고, 칼이나 창을 쓰는 무예도 없을 터인데, 어떻게 하여 공주를 구출하겠다는 말인가? 혹시라도 그대가 명예나 재물을 탐하여 나를 속이고 헛된 기대를 품게 만들려는 것이라면, 당장 지금까지 했던 말을 취소하고 물러가거라. 거짓을 고했으니 혀를 자를지언 정,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젊은 궁중 악사는 잠시 동안 주저하다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왕이시여. 암흑의 성은 칠흑의 어둠으로 뒤덮여, 그 누구도 가기를 꺼려하며 심지어는 마물 조차도 접근하려 하지 않는 곳. 지금까지 수많은 용사와 전사들이 그 곳을 찾았으나 아무도 되돌아오지 못하였습니다. 암흑 성의 어둠은 그 어떤 것으로도 밝힐 수 없고, 그곳에 존재하는 사악과 깊은 어둠에 모든 이들이 미쳐갑니다. 제가 그 같은 곳에서 공주님을 찾으려는 까닭은, 제가 검과 마법이 출중해서가 아니며,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 음악이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출구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소리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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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굴디굴대마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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